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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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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묘막측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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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묘막측한 연출

“얼마면 됩니까? 만 불이 넘습니까? 내가 사는 지역에 중국차가 많이 들어옵니다. 내가 알기에 그리 비싸지 않아요.. 거기에서는 얼마면 살 수 있습니까? 달러로 환산하면 얼마입니까?” 예배 도중에 한 낮선 사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큰 소리로 언성을 높였다. 교회 안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쉽게 말을 멈출 기색이 보이지 않으니 전도사가 옆으로 다가갔다.

지난주일 예배 중 일어난 일이다. 선교사 부부가 마지막 주일 예배를 드리던 중, 특송을 하고 기도제목을 나누던 시간이었다. 마지막 기도 제목이 8인승 차를 구입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그 말을 하자마자 갑자기 처음 보는 분이 동의도 구하지 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발언을 한 것이다. 그것도 주일 2부 예배 중에...

선교사부부도 우리도 어안이 벙벙해서 그 사람을 쳐다보고 있을 때 자신을 소개했다. “나는 볼리비야에서 잠시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내 딸이 이 교회를 다녔고 꼭 가봐야 한다고 해서 왔습니다. 나는 내일 한국으로 눈 수술을 하러 가는 길입니다. 중국에서 8인 승이면 만 불이면 되지 않습니까? 분명치는 않지만 자신이 헌금을 하겠다는 것 같기도 한데 알송달송한 발언으로 인해 긴장감에 어색함이 더해서 어떻게 예배를 마쳤는지 모를 정도였다.

예배를 마친 후 오랜 만에 교회를 방문한 풀러 신학교 구약학 이경진 교수와 인사를 나눴다 그런데 그 분이 옆에 함께 있었다. 이교수의 어머니라는 것이다. 이교수는 부모님을 따라 어린 시절을 선교지에서 보낸 것으로 들었다. 이교수가 한 동안 우리 교회에 출석을 하다가 결혼을 하면서 샌프란시스코로 갔다가 오랜 만에 예쁜 딸아이,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방문을 한 것이다. 너무 반갑고 감사했지만 예배 중에 한 말 때문에 내심 신경이 쓰였다.

식탁에서 친교를 나누면서 이 분이 주섬주섬 무언가를 챙기시더니 불쑥 내민다. “이거 받으세요.. 만 불입니다. 어디에 써야 하나 했는데... 차 사는데 이 돈 사용하세요..” 놀라움의 연속이다. 처음으로 오신 분이 그것도 현금으로 만 불을 가지고 오셔서 헌금을 한다? 함께 앉아 있던 성도들과 선교사부부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서 만 불을 그것도 현금으로 만 불을 지니고 다니거나 헌금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 분이 계속 말을 이었다.

“오늘 새벽 5시 30분에 하나님이 깨우시더니 LA 비전교회로 가서 예배드리도록 하셨습니다. 오늘 예배를 통해 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선교사님이 기도제목을 말할 때 성령께서 내 마음을 벅차오르게 하시는데 나도 모르게 일어나서 두서없이 말을 한 것 같습니다.” 투박한 말투였지만 분명한 어조였다.

곁에 있던 이교수가 한 마디 거든다. “우리 부모님은 볼리비야에서 33년 째 선교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두 분은 아직도 차가 없으세요. 지금도 버스를 타고 다니십니다. 그럼에도 어머니가 주님이 주신 마음에 순종해서 헌금을 할 수 있어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아이 아빠가 함께 있었으면 더 좋았을 건데,.. 아이 아빠는 미국 사람이라 영어 예배에 갔습니다.”

선교사가 선교사에게.. 그것도 자기 차가 없어서 버스를 타고 사역을 하시는 분이, 다른 선교지의 선교사에게 차량 헌금을.. 바로 한국으로 가서 눈 수술을 받아야 할 분이... 그런 어머니를 보면서 기뻐하는 딸.. 너무너무 놀랍고 감격스러웠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오 주여 이럴 때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하는 겁니까? 속으로 절로 기도가 되었다. 안식년을 마치고 선교지로 돌아가는 분들에게 변변한 후원금을 마련해 드리지 못해서 많은 부담을 가지고 예배를 드렸는데... 이런 역사가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선교지로 가시는 선교사는 우리교회에서 마지막 주일 예배를 드렸고 지나가시는 선교사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주일예배를 드린 날이다. 누가 이런 일을 연출할 수 있겠는가? 이 절묘 막측한 상황을 어떻게 설명을 할 수 있겠는가?

출발하는 선교사부부가, 온 교회가 누구보다 담임인 내가 이 놀라운 은혜가 감당이 되지 않는다. 어떤 감사의 제사를 드려야 하는가? 어떤 축복으로 빌어 주어야 하는가? 선교사들도 위로와 힘을 얻고 온 교회 성들도 나도 위로와 큰 격려가 되었다. 살아계신 하나님의 일하심이 얼마나 놀랍고 경이로운가? 이교수와 어머니 선교사에게 감사의 글을 보냈더니 오히려 자신들이 큰 은혜를 받았다고 답 글을 보냈다...

Thank you very much, Moksanim! It was such a pleasure to reconnect. My mother and I were greatly blessed last Sunday. Once again, we were reminded of the Lord’s orchestrating of all our steps. Thank you very much for sending the sermon notes each day. May the Lord’s richest blessings be upon your life and ministry.

오!! 그대들 하나님의 사람들이여... 
아름답도다.. 영광스럽고 복 되도다.. 
절묘막측한 일을 행하시는 여호와 우리 하나님.. 할렐루야..